전시가 끝나기 전에 봐서 다행이다.론뮤익전(Ron Mueck)

                                  

               

론 뮤익 전: 거인의 발자국을 따라, 그리고 아비투스의 단상

지난 7월 12일, 전시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두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론 뮤익(Ron Mueck) 전에 다녀왔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은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은 미술관에 가지 않는다는데,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할 정도였다. 작품 하나하나를 감상하기 위해 줄을 서고, 사진 한 장 찍기 위해 사람들 틈에 끼어 밀려보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거대함과 섬세함, 그리고 삶의 무게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자, 론 뮤익의 극사실주의 조각들은 기대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나를 맞이했다. 어떤 작품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여 마치 내가 '걸리버 여행기'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실물 크기에 가까운 작품들 앞에서는 살아있는 듯한 생생함에 '흠칫' 놀라곤 했다. 그저 사람을 닮은 조각일 뿐인데, 왜 이토록 커다란 울림을 주는 걸까?

인형과 인형극을 제작하는 집안에서 대를 이어 인형제작자로 활동한 론 뮤익. 그의 작품 속에는 삶을 바라보는 남다른 태도와 깊이 있는 경험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그의 작품이 던지는 삶에 대한 질문들은, 그의 치열한 삶의 궤적 속에서 비로소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인상 깊었던 작품은 두개골을 쌓아 올린 것이었다.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한 장면처럼 섬뜩하게 다가왔지만, 크기만 다를 뿐 인간의 존재가 가진 유한함과 삶의 비극을 처절하게 드러내는 듯했다. 이 또한 작가의 깊은 경험에서 우러나온 통찰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그리고 아비투스

미술관 관람 후 '고급진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라는 나의 올해 버킷 리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미술관 내 식당을 찾았다. 모두 자신의 가정에서 '아비투스(Habitus)'를 가져오지만, 모든 아비투스가 세상에서 똑같은 가치로 간주되지는 않는다는 말이 떠올랐다. 때로는 적은 돈으로 건강한 식탁을 차리는 것보다 고급 레스토랑을 익숙하게 이용하는 것이 더 깊은 인상을 준다는 책의 구절처럼, 미술관의 고급스러운 식당은 그 자체로 또 다른 아비투스의 공간이었다. 이곳의 음식이 특별히 다른 곳보다 더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이것은 '서비스 값'이라 생각된다), 사장님이 직접 '여주'에서 농사지은 것이라 강조하는 직원, 그리고 손님을 대하는 격조 높은 태도에서 '돈의 힘'이자 '자본 아비투스'를 느꼈다. 단품은 홀에서, 코스는 룸에서 먹는 문화. 룸에서 식사할 때 느껴지는 '대접받는 기분'은 돈에 따라 달라지는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문득, "미술관의 격은 돈 많은 누군가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들이 만드는 것"이라는 미술평론가의 말이 떠올랐다. 오늘, 수많은 평범한 시민들이 론 뮤익의 작품을 보기 위해 이곳을 가득 채웠다. 가장 저렴한 코스가 44,000원임에도 불구하고 대기 줄이 가득했던 식당의 모습은, 부자처럼 비싼 밥 한 끼를 먹어보고자 하는 마음과 함께 아이들과 김밥 한두 줄도 편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미술평론가의 말이 마음속 깊이 와 닿는 순간이었다.

론 뮤익 전은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삶과 죽음, 그리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아비투스'에 대해 깊이 성찰하게 하는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아비투스 #론뮤익 #국립현대미술관서울 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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